2023 인문사회부문 수상자
임현진
약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학사/석사
하버드대학교 사회학 박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부교수, 교수
국제학술지 《Contemporary Sociology》, 《Pacific Affairs》, 《Asia Survey》 및 《國外社會科學》 편집위원
세계은행(World Bank) 컨설턴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국회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동아시아 사회학회(East Asian Sociological Association) 회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수당재단 수당상
대한민국 정부 옥조근정훈장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우수학자 (국가석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제7회 자유기업출판문화대상
육군사관학교 교장 표창
서울대학교 우등상
수상이유
임현진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연구, 교육, 행정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2007년 한국연구재단에서 국가석학으로 선정되었고, 2015년에는 학술원 회원으로 추대되었다. 임현진 교수는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으로 ‘결손국가’의 개념을 확립하였고, 계급과 계층을 ‘세’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산업화 과정을 설명하였다. 또한 유럽의 조합주의 설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회 다원주의에 대칭되는 ‘국가 단원주의’의 개념을 통해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체제를 설명하였다. 또한 ‘강중국’의 개념으로 미래 한국이 세계적 선도국가로 나아갈 발전모델을 제시하였으며, ‘지구시민사회’라는 개념으로 국가간 국제체제와 자본주의 세계경제와 더불어 세계질서의 갈등과 협력을 설명하는 이론 틀을 확대 발전시켰다. 임현진 교수는 다양한 이론적 개념으로 사회과학의 통섭과 융합을 실천해왔으며, 이를 현실에서 적용하여 한국과 인류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해 왔다.
수상소감
오늘 경암상 인문·사회 부문 수상을 위해 이 자리에 서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학술상으로 알려진 경암상이기에 저는 학인(學人)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지금까지의 모자란 공부이지만 세계 속의 한국이 지닌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싶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학문의 깊이나 배움의 실천 모두 부족한 저에게 경암상이라는 크나큰 영예를 안겨주신 존경하는 경암교육문화재단의 진애언 이사장님, 운영위원님들,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해방 이후 한국은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농경사회의 전(前)근대에서 산업사회의 근대를 거쳐 정보사회의 후(後)근대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식민지 유제를 극복하고 전쟁과 분단을 넘어 ‘새우에서 고래’(From Shrimp to Whale)가 되었다는 과찬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와 정보화를 복합적으로 이루는 과정에서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인해 가족붕괴와 지역소멸이 일어남으로써 지도에서 사라지는 한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압축발전이 압축해체로 이어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한국은 겉으로는 선진국이라 할 수 있지만 안으로는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식과 행태를 바꾸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체화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낙후해 있는 환경, 인권, 정의, 평화, 복지, 노동, 교육 등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이 필요한 문명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삶의 만족도, 자살률, 노인빈곤율, 연간근로시간, 행복지수, 어린이 웰빙지수, 법치, 신뢰 등 삶의 질을 측정하는 수치에서 한국은 실제로 OECD 국가들 가운데 뒤쳐져 있습니다. 특히 계층, 지역, 이념, 세대, 젠더, 고용 갈등이 나빠지고 있고, 소셜 미디아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진실을 외면한 편가르기에 따른 극단적 진영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흔히 나무는 10년, 교육은 100년, 그리고 문화는 1000년을 내다보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일찍이 경암 송금조 선생님은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학문을 발전시켜 문화를 창달함으로써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비전, 즉 혜안(慧眼)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인문·사회·자연 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적지 않게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세상을 짊어질 여러분께 비전을 갖고 미래를 창발(創發)하자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세계화 시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가마다 생존을 위해 자국중심주의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인류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세계는 화합과 공존보다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 중심의 탈(脫)세계화(de-globalization)를 넘어 국경을 넘는 인류공존의 재(再)세계화(re-globalization)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늘의 시점에서 과거를 겸허히 반추하고 미래를 냉철히 설계해야 합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인문학의 상상력, 사회과학의 실천력, 그리고 자연과학의 창의력을 착실하게 조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사이의 칸막이가 문제해결을 위한 통섭과 융합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도전 아래 디지털 변환, 기후변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공급망 분열, 인공지능 등에 대한 선취적 응전을 위해 저는 인문·사회·자연 과학 사이의 공동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회과학은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입니다. 시민 공통의 이해와 복리를 위해 사회과학은 지식의 창출에서 공정성을 지향하고 시민을 위한 학문으로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를 둘러싼 논쟁도 결국 과학의 진실성과 객관성에 관한 문제제기에 다름 아닙니다. 사회과학은 증거 기반의 검증을 통해 정책의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과학 중 사회학은 멋진 학문입니다. 사회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겐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사회학을 배우며 마치 하늘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조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은 미시와 거시를 연결하는 현미경과 망원경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시공을 오가면서 과거를 찾아갈 수도 있고 미래를 발견할 수도 있는 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사회학=문학+역사+α 접근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α는 ‘휴머니즘’이 될 수도 있고 ‘인공지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회학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소설책과 역사책을 읽으면서 가능했습니다. 문학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상상의 탐구’라면, 역사는 사회의 흐름에 대한 ‘사실의 기록’이라고 봅니다. 상상의 탐구와 사실의 기록이 교차하는 곳에 바로 사회학이 위치합니다. 사회학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을 오가면서 과학에 기반하여 인본(人本)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경암상이라는 영예를 누리게 된 것은 저 자신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 한국을 위한 문명전환의 과제를 열심히 공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늘의 광영(光榮)을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들, 고민을 나눈 선후배 동학들, 도움을 준 제자들, 세파를 함께 한 지우(知友)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