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인문사회부문 수상자
이근
약력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석사 수료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 박사
영국 애버딘 대학교 조교수
서울대학교 교수
세계은행 컨설턴트
서울대 중국연구소 / 경제연구소 소장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국제슘페터학회(독일소재) 회장
세계경제포럼(스위스) 위원(Council Member)
캐나다 고등연구원 (CIFAR, Canada) 펠로우
수상이유
이근 교수는 경제발전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축적한 중진 경제학자이다. 특히 후발국 경제 발전에서 ‘기술 혁신’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함을 밝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많은 저소득 국가들이 선진국으로부터 기술과 시스템을 받아들여서 경제 발전을 이룬 후 많은 경우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져 중도에 성장 한계를 겪었으나, 한국과 대만과 같은 경우에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이유를 규명해 냄으로써 학계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Research Policy(2001)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근 교수는 후발국 경제발전을 ‘선진국 경로 추종형’, ‘단계 생략형’ 및 ‘경로 개척·창출형’ 세 유형으로 분류하고, 한국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경로 개척·창출형’이 위험이 크지만, 성공적 추격과 추월에 필요함을 논증하였다. 이 논문은 현재까지 1,100회 이상 인용되었다. 또한 영문 저서 Schumpeterian Analysis of Economic Catch-up(2013)에서 후발국은 추격 단계에서 오히려 선진국과 반대 경로를 택할 필요도 있다는 ‘우회 전략’을 ‘경로 개척·창출형’ 유형에 속하는 한 방식으로 제시하였다. 이 책으로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슘페터학회 (International Schumpeter Society)로부터 슘페터상을 수상하였다. 이 상은 동양계 경제학자로는 스탠포드 대학 아오키(Aoki) 교수가 수상한 바 있으나, 비서구권 대학 소속 교수로서는 이근 교수가 최초 수상자였다. 이 책은 중국 칭화대에서 중문판을 출판하였고, 그 후 이란어판도 출판되었다. 동아시아 경제 기적에 대해서도 이근 교수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설명을 제시하였다. 기존 설명은 ‘시장 대 정보’라는 이분법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이근 교수는 ‘동아시아의 성공’과 ‘남미의 실패’를 슘페터학파의 국가혁신체제라는 이론틀을 적용하여 설명하고, 이를 중국과 인도에도 적용하였다. 또한 방법론 차원에서도, 국가혁신체제 개념을 계량화하고 지수화하여, 경제 분석에 유용한 새 실증방법론을 개척하였다. 올해는 캠브리지대학 출판사에서 The Art of Economic Catch-up: barriers, detours and leapfrogging in innovation systems를 출간하였다. 최근 이근 교수 저술 총 피인용수는, Google Scholar 기준, 7,000 건에 달하며, 관련 h-index는 39에 이르렀다. 이는 이근 교수 연구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수상소감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가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상인 경암상을 수상하게 되어 말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사실, 인문사회 분야라고 하면 매우 넓고 댜양하여 전공 간 업적을 비교하기가 어려워서 한사람만 선정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제가 물론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간에 경암상이 쌓아온 위상과 명예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업적과 자격은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꽤 몇 년 전부터 경암상을 꼭 받고 싶은 상이라고 생각하고 목표로 삼어 왔습니다. 특히 경암상이 학자로서의 마지막 단계보다는 계속 더 연구를 하여 뻗어나갈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있음을 알았기에, 되도록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수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엇습니다. 사실 오늘 그렇게 되어서 더욱 매진할 수 있는 계기를 삼을 수 있게 된데에 대해 송금조 이사장님과 재단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저에게 이번 수상은 연구의 끝이 아니고, 최소한 두 권 이상의 영문저서 집필 등 향후 연구계획이 꽉 짜여 있기에, 이번 상금이 그런 계획을 실행하는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인문사회가 돈이 안 든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수행한 연구결과를 국내외로 소개하고 인정받는데 필요한 해외학회 발표 강연 등에도 돈이 들고, 특히 제가 하는 경제학 연구는 많은 통계자료의 수집과 처리에 상당한 인건비 등이 소요됩니다. 이번 수상에 밑거름이 된 두 권의 영문저서도 출간은 캠브리지대학 출판사에서 했지만, 제가 천만원 이상 되는 사비로 책을 사서 해외 학자들에게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돈은 공식적 연구비에서 지출하기도 쉽지 않아서 곤란하였는데, 이번 수상으로 마음껏 책을 사서 국내외 지인들에게 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특히, 제가 하는 분야가 후발국의 경제발전이라 못사는 나라의 학자와 학생들이 책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는데, 이제 그런 분들에게 책 선물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특히 출판사에 일정의 돈을 내면, 누구나 제 책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 책이 더 널리 지구촌 각지에 퍼지게 되고, 더 많은 인용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제가 이 경암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 더욱 기쁘고 더 중요한 이유는 이 상 수상으로 이제야 제가 공개적으로 저의 다음 목표가 해외의 더 큰 상, 즉 노벨상임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고 용기를 주었기에 그렇습니다. 그동안 노벨상을 받은 학자들의 인터뷰나 업적들을 보면 그 분들은 하나같이 기존 연구를 따라가지 않고 자기만의 주제를 팠습니다. 즉, 남과 다르면서도 널리 인정받을 수 있는 즉 많은 피인용을 받을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아무도 안하는 주제를 선택하면 사실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 줄 위험이 큽니다. 반면에, 유행하고 있는 주제를 따라서 하면 논문을 한두개 게재하는 것은 쉽지만,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어도, 그 주제에 대해 이미 앞서 가고 있는 서구학자들 논문을 인용하지 절대 한국과 같은 변방의 학자의 논문을 인용하지 않습니다. 즉, 남이 하지 않은 연구를 하면서도 남들에게 많은 피인용 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20년간 해 온 연구 주제는 후발국의 경제발전 즉 추격과 추월 전략입니다. 최빈국에서 시작하여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에서 자란 한국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주제인 동시에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주제이지요. 그래서 제가 발견한 추격/추월의 비밀은, 추격의 시작은 선진국을 배우고 모방을 통한 학습이지만, 최종적 관건은 앞선 나라들이나 기업과는 뭔가 다른 혁신과 경로를 창출하여야 한다는 것 즉 추격의 역설입니다. 즉, ‘추격만 해서는 추격할 수 없다’는 역설입니다. 앞의 추격은 모방한다는 의미이고, 뒤의 추격은 따라잡거나 넘어선다는 의미이지요. 즉, 모방만 해서는 절대로 선발자를 앞설 수 없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명제이지요.
이런 명제의 구체적 예로서, 한국이 성공적 추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면, 기술수명이 짧은 즉, 사이클이 짧은 short cycle 기술 분야 (예, IT분야) 쪽으로 선택 특화하여 성장을 해왔다는 점이지요. 사이클이 짧으면,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기술도 금방 낡은 것이 되기에 후발진입자의 입장에서 보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소위 벼락치기가 가능한 분야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좋은 것은 혁신 빈도가 높기에 성장성도 높은 분야라는 것이지요. 즉, 빨리 성과를 내기도 쉬우면서도 동시에 성장성도 높은 분야라는 것이지요. 이런 기술수명은 미국특허 피인용자료를 가지고 실제 측정이 가능한데, 오래된 특허를 많이 인용할수록 사이클이 긴 산업이고, 바로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런 기술수명지표로 한국 대만 등 신흥국의 성장을 계량적으로 증명한 것이 저의 주 업적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선발국과는 다른 분야이면서도 동시에 성장성은 높아야 한다는 기준은 바로 앞에서 제시한 노벨상을 타기 위한 주제 선택 기준과 같습니다. 즉, 실물 경제에서의 후발국 추격의 비밀이나 경제학이란 학문에서 어떻게 추격을 달성할 것인가가 그 원리가 같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이런 추격의 경제학을 완성하고 동시에 경제학에서의 추격도 완성하고자 하는 저의 노력을 계속 격려하고 지켜보아 주십시오. 사실 제가 이번에 이 상을 못 받았더라면 중도에 포기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새롭게 몸을 추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더욱 힘을 내어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