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인문사회부문 수상자
김경동
약력
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학사
미국 미시간 대학교 사회학 석사
미국 코넬 대학교 사회학 박사 (사회학)
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사회학과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사회과학대학사회학과교수
서울대학교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회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석좌교수
한국과학기술원경영대학초빙교수
수상이유
김경동 교수는 국내외에서 공히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사회학계의 대표학자이다. 끊임없는 열정과 탐구정신으로 2002년 서울대학교를 은퇴한 후에도 10여권에 이르는 저서를 출판하는 등 활발히 학술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현역의 학자이며, 따라서 학자의 전형이다. 특히 2017년에는 필생의 연구 주제였던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화 문제를 규명한 3권의 영문저서, 1). Alternative Discourses on Modernization and Development: East Asian Perspectives, 2). Korean Modernization and Development: Alternative Sociological Accounts, 3). Confucianism and Modernization in East Asia: Critical Reflections를 영국의 Palgrave McMillan 출판사에서 발간했는데, 이는 한국의 근대화 경험을 세계에 제시하는 탁월한 연구 성과이다. 그 주요 성과를 보면, 첫째, 이 책에서 김경동 교수는 학문적 토착화를 시도한다. 특별히 김 교수는 다양한 사상이 묻어 있는 음양변증법의 이론적 관점과 기(氣)의 개념을 주로 활용하여 사회변동의 원리를 독자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을 해왔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덧붙여 김 교수는 사회변동의 특성을 집약적으로 서술, 해석하는 데 주제접근법(Thematic Approach)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척하였다. 둘째, 김경동 교수는 196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 경제개발계획을 실시하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추구해온 근대화와 발전의 재해석과 새로운 개념화, 이론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근대화는 서구에 영향 받은 각 사회의 적응적 변화를 의미하고, 발전개념도 인간의 삶의 개선을 위한 삶의 가치라는 가치함축적 개념으로 재정립한다. 이에 근거하여 미래사회의 모형으로 문화적 교양으로 정화한 성숙한 선진사회”로 규정하는 매우 특이한 독창적 이론을 제시한다. 셋째, 김교수는 동아시아의 근대화에 있어서 유가사상과 유교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천착하고 있다. 근대화에 있어서 유교사상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한 뒤, 사회의 도덕윤리 질서가 흐트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사상은 과연 어떻게 새로운 세계문명의 창조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깊이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전반적으로 김경동 교수는 유교정치문화, 노사관계, 미래사회학, 정보사회학 등 한국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연구영역을 선구적으로 개척하였다. 한국 사회학의 토착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 김경동 교수를 제13회 경암상 인문사회과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한다.
수상소감
먼저, 제13회 경암상 인문·사회 부문 수상의 크나큰 영예를 안겨주신 경암교육문화재단의 송금조 이사장님께 무어라 감사의 뜻을 전해 올려야 할지 유구무언임을 감히 말씀 드립니다. 아울러 김도연 경암상위원회 위원장님을 비롯한 위원님 여러분과 심사를 맡아 애쓰신 동료 학자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오로지 근면과 투지로 주식회사 태양화성이라는 큰 기업을 일구어 산업보국과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신 경암 선생의 높으신 뜻을 기리는 경암상은 더 없이 소중하고 값진 영광이라 하겠습니다. 이렇다 할 학문적 공적을 쌓지 못한 부족한 제가 이처럼 명성이 높은 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어 황감하기 짝이 없고, 이 모두가 훌륭한 은사님들, 선배, 동료 및 후배 학자들의 지도와 격려 덕분임을 알기에 그저 민망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욱더 끝까지 정진하라는 뜻으로 겸허히 받아 들이면서 몇 마디 소감을 술회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소감 말씀은, 아직 약관의 무지를 벗어나지 못한 때 학문의 길에 들어서 서구문명이 창안하여 전해온 근대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도정에서 스스로에게 특이한 현상 한 가지를 되짚어봄으로써 대신합니다. 본바닥에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1961년에 떠난 미국유학에서 얻은 짧은 경험에서 그들의 학문방식과 내용이 너무 기계적이고 계량적이라는 실망만 느꼈고, 우리가 살아 갈 한국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자면 전통적 문화유산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먼저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히 유교가 가장 두드러진 문화전통이라 여겨 한국인의 유교가치관을 역사적, 경험적으로 탐색하는 소규모 연구에 착수하여 그 결과를 두 편의 논문에 발표했지만 의외로 우리학계의 무관심과 만나 아쉽게 그 작업은 일시 접고,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근대화와 발전이라는 과제에 몰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시기 유교전통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근대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문화적 잔재라는 관념이 일반적인 때였습니다.
그 후 1970년대에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칠 때 동료 서양인 교수들이 유교, 도교와 같은 사상이 궁금하다며 물어 왔는데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에 자괴감이 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서방학계가 동아시아의 유교전통이 근대화와 발전에 미친 영향에 관한 논의를 정식으로 전개하기 시작할 때부터는 한국사회 변동의 설명을 위해서 서구사회학 이론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우리에게 더 적합한 새로운 이론정립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원천을 유학과 도교 등 고전사상의 지혜에서 우선 얻고, 나아가 한국인의 사회적 의식과 행위를 해명하려면 외국인은 못해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접근으로서 한국사람들이 쓰는 말 자체를 사회학적 개념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인정, 한 (恨), 기 (氣), 기 싸움, 연고, 눈치, 명분, 신바람 등의 단어를 쓰면 한국인의 행동을 쉽게 이해하지만 번역하기가 어려우므로 그대로 우리말 원음으로 표기하여 외국인이 창안하지 못하는 이론을 만드는 일에 정진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런 이론을 대안적 담론 (alternative discourses)이라 하며 이 같은 시도를 소위 학문의 문화적 독립선언이라 비유합니다. 금년에야 그런 연구의 성과를 뭉뚱그려 세 권의 책을 영미권 출판사에서 영문으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만, 앞으로도 더욱 풍부한 우리 문화의 요소를 이론화하는 노력은 계속 할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50여 년 전에 품었던 생각이 이제야 결실을 보는 이런 현상은 비단 그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1970년 대 미국에서 각성한 시민사회와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1977년 귀국 후에 두 편의 논문으로 발표했지만, 이 또한 억압적인 시대 상황 탓에 학계의 관심 밖에 머물렀었는데, 30여 년 후 2000년대에 와서야 빛을 보게 된 경험도 바로 그 특이한 현상에 해당합니다. 그 논문에 "자발적 복지사회"의 이론을 최초로 제안했는데 지난 2012년에는 비로소 같은 제목의 단행본이 나와서 현재 자원봉사 운동분야의 애독서가 되어 있습니다. 생각이 시대상황보다 너무 앞서서 즉각적인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 생각이 현실화하는 기묘한 경험이 반복한 사례를 소개한 것입니다.
소망컨대, 우리나라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세대가 서방의 이론과 방법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자세를 극복하고 적어도 우리사회에 관한 이론과 연구방법론에서는 우리문화의 전통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세계의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대안적 담론을 두루 추구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처럼 문화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세계학문의 보편성을 달성하는 주요한 길임을 다른나라 학계에도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하자는 뜻입니다.
다시 한 번 경암 송금조 박사님과 사모님 진애언 박사님의 큰 은덕에 감사하오며 두분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세상에 보내주시고 이런 영예를 누릴 수 있게 길러주신 천국에 계신 부모님과, 또 현재 저의 곁에서 틈만 나면 연구와 저술에만 골몰하는 "글공장"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주면서도 묵묵히 애정 어린 보살핌과 격려로 곁눈질하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게 도와준 아내 이온죽 교수와 두 딸 김여진 교수, 김진 검사에게 각별한 감사와 송구한 마음을 오롯이 담아 이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