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reate in Life Sciences

2012 생명과학부문 수상자 강봉균


약력


서울대학교 학사, 석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박사
태평양기술연구소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
미국컬럼비아대학교 신경생물학 및 행동 연구소 Post-Doc
서울대학교 조교수, 부교수, 교수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연구부학장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부학부장
Molecular Brain 편집장


수상이유


강봉균 교수는 1994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연대 생명과학부에 재직하면서 지난 28 년 동안 신경과학 특히, 학습과 기억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면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여 왔다. 강봉균 박사는 현재 『Molecular Brain』국제학술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외 신경과학 관련 학술, 학회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고 기초 신경과학 분야는 물론 신경질환의 병인 규명에 이르는 translational research에 괄목할만한 기여를 해오고 있다. 강봉균 박사는 『Cell』, 『Nature』, 『Science』, 『Neuron』, 『J Neuroscience』등 세계적인 국제학술지에 10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활발한 연구업적으로 신경과학의 핵심주제인 학습과 기억 분야에서 명실상부하게 신경과학계를 선도하는 정상급의 신경과학자로 평가된다. 강봉균 박사는 현재 『Molecular Brain』국제학술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외 신경과학 관련 학술, 학회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고 기초 신경과학 분야는 물론 신경질환의 병인 규명에 이르는 translational research에 괄목할만한 기여를 해오고 있다.


수상소감


먼저 존경하는 송금조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큰 상을 수상할 수 있는 영예를 주신 이장무 심사위원장님과 여러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광스런 경암상을 받게 된 데는 저보다 연구실에서 불철주야 땀을 흘려온 연구실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들과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제 아이들과 아내와도 이 기쁨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모름지기 학자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찾아내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국가를 위하고 나아가 인류를 생각하시는 경암 선생님의 숭고한 철학과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자로 걸어온 제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영광된 자리를 만들어주신 경암 선생님과 진애언 상임이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경청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뇌에 관심은 많았지만 제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엔 국내에 뇌 연구자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앞선 연구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국내의 연구 환경에서 벗어나서 미국에서의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연구실에 갔을 땐, 물을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그리고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정말 행복한 때였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때 다짐한 바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꼭 유학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멋진 연구실을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와서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다짐대로 웬만한 세계 어느 연구실에도 뒤처지지 않는 그런 연구 환경을 갖춘 현재의 연구실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기억 현상에 대한 연구는 캔델 교수님을 만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매료시켰던 질문은 수십 년 전 경험했던 사실을 어떻게 한 순간에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뇌는 어떻게 기억을 수십 년 또는 평생 동안 저장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주 출생인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부산에서 석 달간 지낸 바가 있습니다. 그때 난생처음 영화관에도 가보았는데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감동스러워 아직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기차소리, 국제시장의 풍경 등 처음 보는 낯선 풍경들은 모든 게 신기하였고 특히 빠른 부산말씨는 그 당시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서 제겐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제주도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이러한 기억들이 우리 뇌에 어떤 물질적 변화를 통해 저장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금껏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아직 다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만 결론적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기억이 우리 뇌에 저장될 때는, 뇌세포의 끝자락에 달려있는 시냅스라는 작은 구조물에서 특수한 물질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시냅스란 뇌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미세한 구조물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연결되어 소통하며 사회를 이루듯이, 뇌세포들도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지구의 인구는 70억이지만 한 인간의 두뇌에 들어 있는 뇌신경세포는 1,000억 개에 이릅니다. 한 개인이 평생 사회생활을 통해 맺는 교유관계가 보통 수백 명에 이르지만 뇌 세포는 대략 만여 개의 다른 세포들과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네트워크의 힘에 의해 우리 뇌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시냅스는 학습과 기억에 의해 그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데 이를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제 연구실은 시냅스 가소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들과 단백질 인산화효소들의 기능을 연구해 왔으며 장기 시냅스 가소성에 필수적인 유전자 발현에 작용하는 여러 전사인자들의 기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기억을 회상할 때 시냅스에서 역동적인 물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만성통증이나 치매, 자폐증과 같은 신경 및 정신질환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미국에서 돌아 와서 연구실을 막 설립했을 때 고생했던 기억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여러 애환들이 많았으나 가장 큰 것은 실험적인 것이었습니다. 기억과정에 의해 시냅스가 변화하는 것을 찾으려면 신경세포를 분석해야하고 필요하면 세포를 파괴해야 합니다. 따라서 산 사람의 신경세포를 가지고는 이런 연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연구를 하려면 실험동물의 신경세포를 이용해야 하는데 큰 신경세포일수록 더욱 연구하기가 좋습니다. 가장 큰 신경세포를 가진 동물이 군소라고 하는 바다 달팽이입니다. 미국에서 연구할 때는 쉽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구를 하느냐 못하느냐 중대 기로에서 군소라는 동물을 찾느라 전국 방방곡곡을 다 돌아 다녔는데 천신만고 끝에 감사하게도 자갈치 시장에서 일하시는 한 해녀 분을 통해 실험동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수백 마리의 군소들이 부산에서 제 연구실 수족관으로 처음 들어오던 날, 학생들과 함께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그때 어려움을 같이 했던 초기 연구실 멤버들이 지금 이 자리에 와있는 충북대 김형규 교수, 경북대 장덕진 교수, 한남대 이진아 교수, 카이스트 한진희 교수입니다. 아울러 저에게 서울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주셨던 당시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소장이셨던 강현삼 교수님도 사모님과 함께 오늘 이 자리에 계십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제가 어려울 때마다 항상 따뜻하게 격려해주던 고마우신 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연구하면서 갖가지 고생들이 많았습니다만 좋은 연구 성과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훌륭한 제자들이 배출되는 보람이 있었기에 힘들었던 일들은 다 사라진 듯합니다. 학생들과 더불어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한 길만을 걸어온 결과라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제 연구 인생을 마라톤으로 비유한다면 이제 반환점을 돈 것 같습니다. 이 영광된 상은 앞으로 가야할 제 연구 인생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는 격려로서 받아들이려 합니다. 뇌는 연구하면 할수록 그 오묘한 신비스러움에 더욱 빠져들게 됩니다. 혹자는 뇌의 비밀이 다 밝혀지고 나면 인간은 초라해질 거라는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뇌의 오묘함이 베일을 벗을수록 우리는 그 놀라운 정교함에 감탄하고 인간 본질에 더욱 경이로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저의 연구를 통해 뇌의 기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치매와 각종 신경정신질환을 없애는 데에도 일조하고자 합니다.


모름지기 학자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찾아내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국가를 위하고 나아가 인류를 생각하시는 경암 선생님의 숭고한 철학과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자로 걸어온 제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영광된 자리를 만들어주신 경암 선생님과 진애언 상임이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경청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