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reate in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2009 인문사회부문 수상자 김경만


약력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석사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 박사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부교수, 교수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Fulbright Visiting Scholar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Visiting Scholar
삼성 SDS 자문위원


수상이유


김경만 교수는 대표적인 중견 사회학자로서 한국의 사회과학계에서는 드물게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알려져 세계 사회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학자이다. 그의 업적은 대략 두 가지로 크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에서는 거의 불모지대였던 ‘과학사회학’을 국내에 소개해서 한국 과학사회학의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사회학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연구업적을 쌓았다는 점이다. 김 교수의 첫 저작인 『Explaining Scientific Consensus: The Case of Mendelian Genetics』는 미국 사회학회의 서평 전문지인 『Contemporary Sociology』에서 세계 과학사회학 분야의 권위자인 Warren Hagstrom 교수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과학사회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Social Studies of Science』에 20페이지 가량의 긴 리뷰가 출간되었으며, 이 분야 권위 학술지인 『Isis』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석좌교수인 사회학자 R. Collins 교수는 이 책이 “과학사회학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고 평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사회학 분야를 넘어서서 과학사, 과학철학 분야에서도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미국 과학철학협회장을 지낸 노스웨스턴 대학의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D. Hull 교수는 “과학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도 과학사회학의 고급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과학지식과 사회이론』을 최초로 출간하여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접목에 크게 기여하였다. 김경만 교수의 두 번째 업적은 그가 8년 반이란 긴 작업 끝에 2005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간한 『Discourses on Liberation: An Anatomy of Critical Theory』[한국어판, 『담론과 해방: 비판이론의 해부』라는 저서이다. 이 책은 이론사회학의 거장들인 J. Habermas, P. Bourdieu, A. Giddens와 철학자인 R. Rorty의 사회이론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서 Z. Baumann, R. Collins, C. Lemert, N. Denzin 등 세계 이론사회학계를 이끄는 학자들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사회학 분야의 최고의 학술지들인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Philosophy of the Social Sciences』 및 『Contemporary Sociology』에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실렸고, 캐나다와 미국의 몇몇 대학원의 이론사회학 강의에서는 이 책이 필수도서로 읽히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국내의 많은 사회학자들이 평했듯이 앞서 언급한 사회학의 거장들의 이론을 단순히 요약해 온 국내의 저작들과는 달리, 이 들 거장들의 이론을 김 교수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비판하고, 독창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의 사회학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공을 인정받아 2008년 한국사회학회의 저서상을 수상하였다. 김경만 교수는 이처럼 연구서를 국내와 국외에 동시에 출간하여 세계 사회학계와 지적 소통의 장에 적극 참여하여 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과 성과를 축적해 왔다. 김 교수는 특히 한눈을 팔지 않고 오직 자신의 분야의 연구에 몰두함으로써 학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있는 사회과학자로서도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김경만 교수는 사회과학자로서는 비교적 낮은 연령에 속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더욱 큰 발전을 이룩하여 사회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자들은 김경만 교수에 대한 수상을 축하하기에 앞서, 이 수상이 김경만 교수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확장하여 학문의 장을 활성화하는 책무를 지우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수상소감


먼저 오늘 이런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해주신 경암교육문화재단의 송금조 이사장님 내외분, 심사위원 여러분, 그리고 재단 관계자들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항상 저의 학문적 작업을 이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아버님,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Chicago 대학에서 공부할 때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었던 커다란 의문은 서구학문 수입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 한국이 왜 인문ㆍ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아직도 지식의 순 수입국 위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William James, John Dewey, 그리고 Richard Rorty 로 이어지는 미국 실용주의 철학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세계수준의 인문ㆍ사회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중요한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James 와 Dewey 모두 유럽철학에서 철학적 영감을 얻었던 학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유럽철학에 대한 정치한 분석과 비판, 그리고 도전을 통해서 실용주의 철학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비판을 집대성한 로티는 실용주의 철학이 세계적인 철학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연구를 관통해 온 하나의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그 것은 서양 이론가들의 이론에 도전하고, 비판하고, 이런 도전과 비판을 통해서 이들을 넘어서는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출간된 저의 책과 논문들은 모두 서구 거장들에 대한 비판과 도전을 통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물론 현재 저의 학문적 역량과 깊이가 이들을 넘어서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서구이론에 도전하고 그를 극복하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과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한국 사회과학계가 자율성을 먼저 확보하고, 그런 자율적 학문장 내에서의 상호비판과 격려를 통해서 서구이론을 정치하게 분석하고 비판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은 어려움은 한국의 인문ㆍ사회과학계에 팽배한, 제가 소위 주제와 이론적 자원의 혼동이라 부른 현상에 주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국에 관한 주제를 다루면 한국적인 학문이고, 서구이론을 다루고 비판하면 한국적 주제를 다루지 않아서 서구사상에 매몰되어있다는 것이 주제와 이론적 자원의 혼동의 요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적 주제를 다뤄도 사실은 이를 설명할 모든 자원은 서양의 이론적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수준의 인문ㆍ사회과학을 하려면 우선 서양이론에 대한 정치한 연구와 분석, 그리고 비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사회과학계는 이런 분석과 비판 없이 서양이론을 차용해서 정치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들에 대한 단발성 처방을 제시하는데 치중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한국의 인문ㆍ사회과학계는 정치적이고, 시사적이며, 대중적인 요구로부터 “독립된” 자율적 학문 장안에서 서양이론에 도전할 수 있는 좀 더 근본적인 수준의 이론을 발전시켜야 할 때입니다.

심사위원님들께서 부과하신 책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지에 대해서 아주 짧게 말씀드리면서 수상소감을 마칠까 합니다. 이미 저는 한국 사회과학의 지형을 그려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인문ㆍ사회과학계에서 생산되는 지식에서 파생되는 권력이 어떻게 한국 인문ㆍ사회과학계의 지배적인 학술문화를 통해서 재생산되는가를 분석, 비판함으로써 한국사회과학이 세계적인 연구를 생산해내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규명해내는 것이 제 연구의 핵심입니다. 이 연구는 매우 논쟁적이며 도발적인 것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사회과학계의 담론과 소통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