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reate in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2008 인문사회부문 수상자 故 정명환 


약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어불문학과 문학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어불문학과 문학박사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정회원


수상이유


정명환 교수는 80세의 ‘현역’으로 평생을 불문학 및 인문학 연구에 전념하며, 서양문학 연구를 우리 문학 연구와 비평에 내실 있게 접목하고, 심오한 인문학적 성찰을 계속하고 있는 외국문학계의 대표적 학자이다. 그는 타자의 주체적 연구는 곧 자아탐구로 이어진다는 방법적 자각을 가지고 외국문학 연구에 임한 첫 세대로서 중후하고 엄밀한 문체로 쓰여진 많은 문학론과 문학연구는 한국의 외국 문학연구를“정명환 이전과 이후”로 갈라놓는 획기적 계기를 마련하였다. 정명환 교수가 개척한 사르트로 연구는‘한국 사르트로 연구회’를 통해 계승, 발전되고 있다. 그는 번역작업에서도 일가를 이루었는데, 그의 번역은 우리 풍토에서 극히 희유한 정확하고도 유려한 번역을 통하여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고 있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만 해도 <이성과 언어를 위하여>(2003)이후 5편의 저서와 많은 논문을 집필하는 끊임없는 학문적 열정과 헌신을 선보이고 있다. 정명환 교수는 그의 학문연구에서 드러난 빼어난 업적과, 삶의 세계와 연구 자세에서 돋보이는 독창성과 치열성, 그리고 진정성을 통하여 외국문학 연구자를 위시한 문학연구자 일반 사이에서 정신적 사부(師父)로서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문학 영역은 많은 연구자와 대학인을 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중추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타 분야와 비교하여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정명환 교수의 수상은 그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치하임과 동시에 오늘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인문학도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가외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그의 학문에 대한 꾸준한 노력과 탐구, 그리고 독창적 연구 성과는 우리 학계와 후학들에게 더 할 수 없는 교훈적 함의를 지닌다.


수상소감


존경하는 송금조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님 내외분, 안병영 경암학술상 위원회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 그리고 심사위원 여러분,

끝으로 송금조 이사장님 내외분께 거듭 경의를 표하고 두 분의 만강을 축원합니다. 아울러 경암교육문화재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지난 50여년에 걸쳐 프랑스 문학으로부터 출발하여 한국문학, 문학일반, 현대적 상황 하에서의 인간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범위를 넓혀오고, 지금도 그 여러 분야의 사이를 내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의 어떤 한 분야에서나마 괄목할만한 업적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어서, 이 수상의 영예가 과분하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과정을 밟아오면서 저는 세 가지 지향에 충실 하려고 애써 왔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이성적 실천입니다. 저는 이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떤 점에서는 직관이나 감성이나 종교적 체험보다 낮은 차원의 기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은 학문의 모든 영역에서 이성의 기능을 더욱 더 발휘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둘째로 제가 지키려고 한 것은 속단에 대한 경계입니다. 극히 빈약한 근거와 소박한 선입견에 의거해서 허황된 단정이나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는 것은 자칫 자신과 남들을 오도하고 또 사유의 결과의 역사적 축적에 역기능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누구나 빠지기 쉬운 그런 안이한 태도보다는 차라리 거듭되는 회의와 모색이 더욱 귀중하다고 느껴왔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지향하려고 한 것은 보편적 지식인으로서의 위상입니다. 오늘날의 문화적 환경과 고양된 학문적 수준으로 볼 때, 우리는 변방적 지식인의 틀을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여전히 타자의 문화의 자극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타자의 문화와 대결 아닌 대화를 시도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역량을 더욱 길러 나가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문하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이 세 가지 지향을 제가 마땅하게 실천해 온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최근에 쓴 몇 권의 책에 그 노력의 흔적이 어느 정도 새겨져 있는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과분하게도 수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하면서 미흡한 자신을 달래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저를 이끌어 주신 스승, 선배, 친지, 동학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동시에,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될 저의 면학의 과정에서 경암학술상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배전의 충고와 격려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의 변변치 못한 글을 선뜻 출판해 주신 문학과 지성사, 민음사 그리고 현대문학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의 이 뜻 깊은 상금을 후학의 프랑스 어문학 연구를 돕기 위한 기금에 보탬으로써 길이 기념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송금조 이사장님 내외분께 거듭 경의를 표하고 두 분의 만강을 축원합니다. 아울러 경암교육문화재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