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reate in Natural Sciences

2025 자연과학부문 수상자 김유수


약력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석사

동경대학 공학부 응용화학과 공학박사

 

현재 이화학연구소 표면계면과학연구실 주임연구원

현재 동경대학 공학부 응용화학과 교수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

현재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변환연구단 단장


수상이유


김유수 교수는 화학 분야에서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첨단 광기술을 정교하게 융합하여, 단일 분자 수준에서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계측하고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기존의 STM 기술에 광학적 탐침을 결합함으로써, 개별 분자의 전자 구조와 진동 상태를 분광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독창적인 실험 체계를 확립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단분자 수준의 상호작용과 에너지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이를 통해 양자 에너지 변환, 표면 및 계면 화학, 분자 반응 동역학 등 기초과학의 핵심 현상에 대한 이해를 비약적으로 확장시켰다.

나아가 김 교수는 이와 같은 정밀 계측 기술을 토대로 고효율 광전자소자, 단분자 기반 양자정보처리 장치, 인공광합성 시스템, 나노 광촉매 등 차세대 융합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물리화학, 재료과학, 나노과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경계를 허물며, 분자 수준에서의 에너지 변환과 정보 제어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김유수 교수의 선도적 연구는 학문적 탁월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입증하며, 미래 융합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에 김유수 교수를 제21회 경암상 자연과학부문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수상소감


이처럼 영예로운 경암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이 상을 제정해 주신 故 송금조 이사장님과 진애언 이사장님, 그리고 학문과 예술을 아끼는 정신을 이어가고 계신 경암교육문화재단 관계자 여러분, 엄정한 심사를 통해 제 연구를 귀하게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경암 송금조 선생께서는 자서전에서 “나는 일생 동안 여러 사업에 매달려 오면서 돌멩이를 걷어내며 자갈밭을 갈듯이 살아왔다. 힘에 부칠지언정 쟁기를 끄는 소처럼 우직한 자세가 그 바탕이었다”라고 회고하신 바 있습니다. 저 역시 일본에서의 30년 가까운 연구 생활을 돌아보면, 매일이 자갈밭을 일구는 과정이었습니다.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수없이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다시 시작해야 했던 긴 시간들은 다름 아니라 작은 돌멩이와 자갈들을 치워가는 반복된 작업이었습니다. 그 위에서 오늘의 연구 기반이 마련되었고,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와 광주에서 새로운 연구 거점을 꾸리며 또 다른 연구의 밭을 갈아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낯선 제도와 절차 속에서 또 다른 자갈밭을 마주한 듯한 날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배운 것은,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기름진 토양으로 바뀐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오늘 이 수상은, 바로 그 믿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고, 또 앞으로의 길에 용기와 책임감을 더해줍니다.

저의 연구는 분자 한 개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자 상태의 변환을 탐구하는 일입니다. 단일 분자의 떨림과 발광, 전자의 이동을 포착하는 과정은 곧 사람의 삶을 보는 것과도 닮아 있습니다. 분자가 서로 만나고 얽히며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내듯, 저 역시 스승님들과 동료, 후학들과의 만남 속에서 제 길을 다져왔습니다. 과학적 성취란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사람들과 더불어 쌓아올린 결실임을 오늘 더욱 깊이 느낍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저는 더욱 정진하여 기초과학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과학적 발견은 실험실 속 작은 신호로 시작되지만, 결국 사회와 인류의 큰 울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일본에서의 긴 세월 끝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지금, 저는 연구자로서의 설렘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함께 느낍니다. 이곳에서 또 다른 자갈밭을 일구는 일은 결국 저 개인의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과 더 많은 선택지를 남겨주기 위함입니다. 앞으로도 후배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가꾸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연고도 없는 일본에서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제 곁에서 늘 힘이자 기쁨이 되어준 아내와 딸, 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저는 가족의 사랑과 헌신 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수상의 기쁨을 가장 먼저 그들과 나누며,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